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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6년 4월 8일 — 조금 이겼다
요즘 루틴이 생겼다.
경매 안내문이 붙어있던 그날 이후로,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바꿔보자고 마음먹었다. 그렇게 정한 루틴인데 벌써 일주일째 빠뜨리지 않고 이어오고 있다.
아침에 30분은 무조건 온전히 내 시간을 갖는다. 일찍 일어나는 건 아직 잘 못하지만, 그래도 그 30분만큼은 지키고 있다. 글 한 개 쓰기도 지키고 있고, 저녁엔 아주 짧은 5분 산책도 빠뜨리지 않는다.
원래 나는 게으름뱅이다. 일상이 늘 뒤죽박죽이었고, 루틴이라는 게 없었다. 근데 지금은 아니다.
월요일엔 아파서 결근을 했다. 이유도 없이 몸이 물먹은 솜마냥 축 처져있었다. 억울하긴 했지만, 오후 일정만큼은 어떻게든 하려고 했고, 어찌어찌 해냈다.
뻥 터질 것 같으면 진짜로 터진다는 걸 나는 안다. 그래서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하루는 하고 싶은 거 하는 날로 정해뒀다. 아직 아무 성과가 없으니까 자유 시간을 넉넉히 주기로 했다.
저번 주 금요일엔 영화를 봤다. 치킨 먹으면서. 그리고 산책하고 열두 시 전에 잠들었다. 원래 금요일 밤은 늘 새벽까지 깨어있었는데.
토요일엔 집 대청소를 하고, 집 앞을 산책했다. 돈 안 드는 혼자 놀이였지만, 나름 즐거웠다. 혼자 이렇게 시간을 보낸 게 얼마 만인지 잘 모르겠다. 왜 늘 그렇게 토요일마다 약속이 있고 일이 있었는지.
현재는 5월까지 토요일도 출근이다. 그래도 그전엔 잠만 자다가 출근했는데, 이번엔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즐기고 나갔다. 토요일도 열두 시 전에 잠들었다. 그 전 금요일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.
작은 것들이다.
30분의 아침, 5분의 산책, 열두 시 전에 잠드는 것. 근데 이 작은 것들이 지금의 나한테는 꽤 크다. 뭔가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만으로도, 지금은 충분하다.
그리고 오늘 장이 열렸다.
공부 3일차에 카드값에서 꺼낸 돈으로 산 주식들. 삼성 E&A와 우리기술에서 합산 +48,782원 (+11.2%) 수익이 났다. 단 1000원이라도 수익을 내보고 싶었는데.

근데 즉흥으로 느낌만 믿고 산 종목은 바로 손실이 났다. 공부 없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걸 몸으로 배웠다. 소수점 투자로 넣었던 레버리지 ETF도 한 주 가격이 하루 만에 크게 움직이는 걸 보면서, 레버리지가 왜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하는 건지 처음으로 실감했다.
저녁 산책을 하면서 생각했다. 마음이 급했던 거다.
10일엔 무조건 팔아야 한다. 카드값이니까.
그래도 오늘은 조금 이겼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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